국내 희귀 동식물

붉은발말똥게, 국내 멸종위기 동식물의 작은 신호

에스니즈람 2025. 10. 2. 19:51

붉은발말똥게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희귀 갑각류입니다. 갯벌과 기수역에 서식하며, 사라져가는 습지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 생물입니다.

 갯벌에 숨어 있는 작은 생명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경계, 기수역은 수많은 생명체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그곳은 늘 변화무쌍하면서도 풍요로운 생태계를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갯벌 한쪽에, 사람들의 눈길을 잘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작은 생명이 있습니다. 바로 붉은발말똥게입니다.

붉은발말똥게는 이름처럼 발과 집게다리가 붉은 빛을 띠는 작은 게입니다. 하지만 이 게는 단순한 갑각류의 하나가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입니다. 이미 국내 여러 지역에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 작은 게를 지켜야 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한 종의 보존을 넘어서 있습니다. 붉은발말똥게는 연안 습지와 갯벌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지표 생물이자, 인간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붉은발말똥게의 특징과 생태, 위협 요인, 그리고 보전 필요성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붉은발말똥게의 삶

1. 붉은발말똥게의 특징

붉은발말똥게의 학명은 Sesarmops intermedius로, 갑각류 십각목 사각게과에 속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발과 집게다리 일부가 붉게 물들어 있으며, 이는 다른 말똥게류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 크기 : 갑각 길이는 약 30mm, 폭은 약 35mm로, 손바닥 위에 올려두면 아담한 크기입니다.
  • 형태 : 갑각은 사각형에 가까우며, 표면에는 작은 과립과 홈이 있어 단단한 인상을 줍니다.
  • 색깔 : 몸통은 흑갈색에서 회갈색을 띠지만, 집게다리와 발은 붉은빛을 띠어 햇빛 아래에서는 은근한 색감이 돋보입니다.
  • 보호색 : 갯벌이나 진흙 바닥에서 활동할 때 주변과 잘 어우러져 천적의 눈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서식 환경과 생태

붉은발말똥게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살아갑니다. 바닷속 깊은 곳이 아니라, 얕은 연안이나 기수역, 갯벌 가장자리, 갈대밭 주변 등에서 발견됩니다.

  • 서식지 :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연안 습지,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 돌담 주변이나 진흙 땅, 풀숲 속에서도 은신합니다.
  • 분포 : 국내에서는 경기 장항습지, 인천, 전남, 경남, 제주 해안 등지에서 드물게 확인되며, 최근에는 안산 갈대습지에서 대규모 서식지가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해외로는 일본,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서식합니다.
  • 먹이 : 지렁이, 작은 곤충, 죽은 물고기 같은 동물성 먹이뿐만 아니라 낙엽이나 풀잎 같은 식물성 먹이도 먹는 잡식성입니다.
  • 생태적 역할 : 붉은발말똥게는 퇴적된 유기물을 분해하며 갯벌을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여 생태계 먹이사슬 속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붉은발말똥게 사진
붉은발말똥게 ( Sesarmops intermedius )는  십각목   사각게과 의  게 이다. [1]  이름은 붉은 발을 가졌으며, 말똥 냄새가 난다 하여 붙여졌다. 대한민국과 일본, 타이완, 홍콩, 미안마, 인도 연안에 분포하며, [2]  대한민국에서는  멸종위기 Ⅱ등급 으로 분류되고 있다. 잡식성으로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식물 잎 등을 먹는다. -위키백과에서 사진 및 글 인용-


3. 산란과 생애

붉은발말똥게의 산란기는 주로 8~9월입니다. 암컷은 알을 품은 채 기수역이나 얕은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을 합니다. 알은 바닷물 속에서 부화하여 작은 유생으로 태어나며, 조에아(zoea) 단계와 메갈로파(megalopa) 단계를 거쳐 성체로 성장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생애 주기가 아니라,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대장정입니다. 이 작은 게의 삶은 결국 연안과 바다가 건강하게 연결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4. 위협 요인

붉은발말똥게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 연안 개발 : 항만 건설, 매립, 제방 축조로 인해 자연 갯벌과 습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 수질 오염 : 생활하수, 농업 폐수, 산업 오염원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며 기수역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 기후 변화 : 해수면 상승과 폭우, 가뭄은 기수역 환경을 교란시키고, 산란과 생존을 위협합니다.
  • 연구 부족 : 붉은발말똥게의 정확한 생태와 번식 습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해, 보전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붉은발말똥게는 점점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으며, 개체 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희망의 신호 – 안산 갈대습지의 발견

하지만 완전히 어두운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안산 갈대습지에서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약 600m 구간에서 수백 마리의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하는 모습이 확인되었고, 이는 수도권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붉은발말똥게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희망.
둘째, 인간이 습지를 지키고 관리한다면 멸종 위기의 생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결론 –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

붉은발말똥게는 작은 생물이지만, 그 존재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들은 갯벌과 연안습지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인간의 삶이 지속 가능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1. 서식지 보전 : 연안 습지와 기수역을 개발로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2. 수질 관리 : 오염원을 줄이고, 깨끗한 물길이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3. 연구와 모니터링 : 붉은발말똥게의 생활사를 더 깊이 연구해 맞춤형 보전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4. 시민 참여 : 지역 주민과 시민이 함께 관찰하고 보호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작은 게 하나쯤 사라져도 괜찮다”는 생각은 결국 인간의 삶의 터전을 위협합니다. 붉은발말똥게는 지금도 갯벌 어딘가에서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를 귀 기울여 듣고, 함께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