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 동식물

남생이(Mauremys reevesii) — 한국 습지의 마지막 거북, 잃어버린 자연의 시간

에스니즈람 2025. 10. 5. 21:11

🟢 남생이가 살던 강가의 풍경

한국의 하천과 늪, 그리고 들판의 작은 개울은 예전에는 수많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이 들리고, 물속에서는 거북이들이 천천히 헤엄을 쳤다. 그중에서도 남생이(Mauremys reevesii)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잊혀진 거북이다.
남생이는 오래전부터 농경문화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온 존재였다. 논둑이나 개울가에서 자주 발견되었고, 민속 속에서는 장수와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조차 낯설다.
환경부에 따르면 남생이는 현재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토종 민물거북이다.
도심 하천 정비, 습지 매립, 농약 사용, 외래종 거북의 유입으로 인해 남생이의 자생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과거 마을 어린이들이 여름에 흔히 보던 ‘거북’은 이제 보호 구역에서만 간신히 볼 수 있는 희귀 양서류(정확히는 파충류에 속하지만, 습지 의존성이 높아 양서성 생태로 분류됨)가 되었다.
남생이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한 생물종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습지 생태계가 어떻게 붕괴되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태적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 남생이의 생태적 특징 — 느림 속에 숨은 생존의 기술

남생이는 등딱이 타원형이며, 성체의 크기는 약 20cm 내외이다. 등딱이는 올록볼록한 세 줄의 융기선이 있고, 색깔은 짙은 갈색에서 흑색을 띤다. 배딱이는 노란빛이 돌며, 중심부에 어두운 무늬가 나타난다.
이 거북은 하천의 완만한 물살과 진흙 바닥이 있는 습지를 선호한다. 수심이 깊지 않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주로 활동하며, 낮에는 돌 위나 나무 밑둥에 올라 햇볕을 쬐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먹이는 주로 곤충, 작은 물고기, 수서곤충의 유충, 수초 등이다. 잡식성이지만 청소부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남생이는 하천의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 정화자로 불린다.
남생이의 번식기는 보통 5~7월경이며, 암컷은 모래나 흙이 많은 강변에 둥지를 파고 5~1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약 두 달간의 부화를 거쳐 작은 새끼로 태어나며, 이 새끼들은 물가 근처에서 수초 사이를 헤엄치며 성장한다.
남생이는 외형적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생존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물이 오염되거나 하천의 유속이 빨라지면 쉽게 서식지를 잃고, 특히 콘크리트 제방이 설치된 도심 하천에서는 번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남생이는 **‘깨끗한 물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생물’**로, 한 지역의 수질과 생태 건강도를 알려주는 핵심 지표종으로 평가된다.


남생이 사진
동아시아 에 자생하는 거북목 남생이과 남생이속의  거북 이다.  자라 와 함께  한국 의 대표적인  담수성  거북이다. 한국에서는 환경 파괴와 남획으로 점차 수가 줄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등재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동시에 예로부터  설화 나  민화 ,  민요  등에도 등장하여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물로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 수가 줄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EN(위기)등급으로 등록되었으며  CITES  부속서 Ⅱ에 등재되어 야생 개체들의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사진 및 글 인용-

🟢 남생이의 위기 — 외래종과 개발이 만든 생태 단절

남생이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는 서식지 파괴다. 1970~1990년대 동안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하천 정비 사업과 습지 매립은 남생이의 주요 번식지를 없앴다.
둘째는 외래종 거북의 확산이다. 특히 ‘붉은귀거북(Red-eared slider)’이 애완용으로 대량 수입된 후 방생되면서, 토종 남생이와 먹이·서식 공간 경쟁이 심화됐다. 붉은귀거북은 번식력이 강하고 공격성이 높아 남생이를 몰아내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셋째는 수질 오염과 농약 유입이다. 남생이는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농약·비료·생활하수가 섞인 탁한 물에서는 번식이 불가능하다.
넷째는 불법 채집과 도심 유입이다. 일부 사람들은 남생이를 ‘복 거북’이라 부르며 반려용으로 데려가거나 불법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면서 남생이 개체 수는 급격히 줄었고, 이제는 남생이를 자연에서 발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남생이가 확인된 지역은 전국적으로 20곳이 채 안 된다. 이는 불과 30년 전보다 8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남생이의 위기는 단순히 한 종의 감소가 아니라, 우리 습지의 붕괴와 물 생태계의 위기를 의미한다.


🟢 보전과 복원의 길 — 남생이와 함께 되살아나는 생태계

남생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호 구역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생물은 **‘물길이 살아 있는 하천’**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천의 자연적 흐름을 복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 환경부와 여러 지자체에서는 ‘남생이 서식지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경남 창녕, 전북 정읍, 충북 보은 등에서 남생이의 재도입이 시도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성공적으로 번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복원 사업의 핵심은 “물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인공 제방 대신 완만한 경사의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하면, 남생이가 안전하게 알을 낳고 새끼가 자랄 수 있다.
또한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제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나 지역 단체가 남생이 서식지를 관찰하고, 환경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생활 속 생태 보전 교육’이 이루어진다.
나아가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방생 행사에 외래종 거북을 풀지 않는 것, 하천 근처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것 등이 바로 남생이를 지키는 작은 행동이다.
남생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의 시간을 품은 생명이다.
그 느린 걸음과 고요한 움직임은 인간이 너무 빠르게 달려온 시대에 던지는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남생이가 다시 우리 마을의 개울에서 햇볕을 쬘 수 있는 날, 그날이야말로 한국의 생태계가 진정으로 회복된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