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 동식물

국내 멸종위기 팔색조, 숲 속의 보석 같은 새

에스니즈람 2025. 10. 3. 11:19

숲속의 보석 팔색조

한국의 산과 숲에는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하는 희귀 조류들이 숨어 있다. 그중 팔색조는 ‘숲 속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새다. 이름 그대로 몸에 여덟 가지 색이 고루 퍼져 있어 조류 애호가뿐만 아니라 자연 사진가들에게도 꿈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팔색조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되며,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희귀종이다. 팔색조는 여름철새로,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과 여름 사이에 한국 남부 지역으로 날아와 번식한다. 이들은 울창한 숲 속에서 은밀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팔색조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독특한 울음소리를 통해서다.

팔색조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서식지 감소와 기후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숲의 훼손으로 둥지를 지을 나무가 줄어들었고, 인간 활동의 간섭으로 번식 성공률도 낮아졌다. 한국의 개발 정책 속에서 산림이 파편화되면서 팔색조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팔색조는 먹이가 풍부해야 번식에 성공하는데, 숲이 파괴되면 곤충과 작은 무척추동물의 개체 수도 감소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결국 팔색조는 단순히 희귀한 새가 아니라, 우리 숲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종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팔색조의 특징과 생태, 국내에서의 분포와 위기, 그리고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팔색조의 특징과 생태

팔색조는 크기가 약 18cm~20cm 정도로 참새보다 크고 비둘기보다는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여덟 가지 색이 섞여 있는 화려한 깃털이 가장 큰 특징인데,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등이 몸에 조화롭게 분포되어 있어 마치 한 마리의 새 안에 무지개가 담긴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팔색조는 ‘자연이 만든 예술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팔색조는 주로 숲 속 땅 위에서 생활한다. 대부분의 새들이 나무 위에서 먹이를 찾는 것과 달리 팔색조는 숲의 낙엽층을 뒤적이며 곤충, 지렁이, 달팽이 등을 먹는다. 부리는 짧지만 튼튼해 낙엽이나 흙을 파헤치는 데 적합하다. 번식기에는 나무 줄기나 바위 틈에 둥지를 짓는데, 둥지는 낙엽과 이끼를 이용해 둥글게 만든다. 암컷은 4~6개의 알을 낳고, 부부가 함께 번갈아 가며 새끼를 돌본다. 이처럼 협력적인 번식 습성은 팔색조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팔색조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존재를 알리는 단서다. "휘위이~" 하는 고운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이 울음소리를 듣고 조류 관찰가들이 팔색조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의 발걸음이 잦은 숲에서는 울음을 자제하거나 은신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관찰하기 어렵다. 이는 팔색조가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팔색조는 철저한 여름 철새다. 한국에는 5월 전후로 도착해 여름 동안 번식하고, 9월 무렵이면 다시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팔색조는 안정적인 서식지가 있어야만 매년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숲의 파괴와 기후 변화는 팔색조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팔색조 사진
팔색조는 멸종위기에 있는 진귀한 여름새로 대한민국  문화재청 은 1968년 5월 31일에 종 자체를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하였고, 거제도 학동리의 번식지도 천연기념물 제233호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 숲 및 팔색조 번식지'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해안과 섬 또는 내륙의 경사지에 있는 울창한 숲에서 번식하고, 바위틈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 사이에 둥지를 만들 때가 많다. 먹이는 곤충이나 지렁이를 먹으며, 알 낳을 자리에는 이끼를 깔고 한번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울음소리는 "호오-잇, 호오-잇" 하고, 퉁소와 같은 소리로 운다. -나무위키에서 사진과 글 인용-

2. 국내 분포와 멸종 위기 상황

국내에서 팔색조는 주로 남부 지역의 울창한 산림에서 발견된다. 특히 제주도, 남해안 일부 섬 지역, 지리산과 같은 깊은 숲 속에서 관찰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우 드물어 조류학자나 전문 조류 관찰가가 아니면 직접 보기 어렵다. 팔색조는 울창한 숲 속의 고요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산림이 파편화된 지역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팔색조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다. 한국의 산림은 과거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인해 크고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팔색조는 넓고 연속적인 숲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숲은 도로, 농지, 주거지로 인해 조각난 상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먹이 활동과 번식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 또한 팔색조의 생존을 위협한다. 팔색조는 주로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서 서식하는데, 기온이 불규칙하게 변화하거나 비가 줄어드는 경우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들어 먹이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이주 경로에서의 기후 이상은 팔색조의 이동 자체를 방해해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다.

현재 환경부는 팔색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종 지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숲의 보존과 생태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팔색조는 국내에서 점점 더 보기 힘든 새가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팔색조의 국내 번식 기록은 매우 제한적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는 단순한 한 종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 숲 생태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다.


3. 팔색조 보존의 필요성과 가치

팔색조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희귀한 새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다. 팔색조는 숲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종’이다. 숲이 온전하고 먹이가 풍부해야 팔색조가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팔색조가 살고 있는 숲은 생태적으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팔색조가 사라진 숲은 이미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이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팔색조는 그 자체로도 큰 학술적 가치와 생태 관광 자원이 된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안정적인 개체군이 유지된다면 조류 관찰가와 생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보존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팔색조를 보기 위해 특정 숲을 찾는 관광객이 많으며, 이를 통해 환경 보전 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

또한 팔색조 보존은 국제적 협력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팔색조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이므로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국제적 보호 협력 체계가 필요하며, 이는 곧 한국이 글로벌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국 팔색조의 보존은 숲을 지키고, 생태계를 회복하며, 인간 사회에도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과제다. 팔색조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의 멸종이 아니라, 숲 전체의 생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의 팔색조와 함께 살아가는 길

팔색조는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생태로 인해 숲 속의 보석이라 불리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의 경계에 놓여 있다. 한국 남부의 숲에서만 드물게 관찰되는 이 새는 우리의 개발과 환경 파괴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팔색조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새 한 종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한국의 숲을 지키는 일이자,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일이자,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팔색조의 생존은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다. 우리가 숲을 지키고 환경을 관리한다면 팔색조는 매년 여름 우리 곁으로 돌아와 노래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숲이 파괴된다면 팔색조의 울음소리는 언젠가 전설 속 이야기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팔색조를 ‘희귀한 새’로 바라보는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숲 속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팔색조의 노래가 앞으로도 한국의 여름을 장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