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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생이(Mauremys reevesii) — 한국 습지의 마지막 거북, 잃어버린 자연의 시간

🟢 남생이가 살던 강가의 풍경한국의 하천과 늪, 그리고 들판의 작은 개울은 예전에는 수많은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이면 개구리 울음이 들리고, 물속에서는 거북이들이 천천히 헤엄을 쳤다. 그중에서도 남생이(Mauremys reevesii)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잊혀진 거북이다.남생이는 오래전부터 농경문화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온 존재였다. 논둑이나 개울가에서 자주 발견되었고, 민속 속에서는 장수와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조차 낯설다.환경부에 따르면 남생이는 현재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토종 민물거북이다.도심 하천 정비, 습지 매립, 농약 사용, 외래종 거북의 유입으로 인해 남생이의 자생지는 빠르..

가시연꽃(Euryale ferox) — 사라지는 연못의 여왕, 한국 습지를 지키는 마지막 꽃

🟢 가시연꽃이 피어 있던 연못의 기억한국의 여름 연못은 한때 생명의 정점이었다. 수면 위에는 커다란 연잎이 떠 있고, 그 아래에는 잠자리, 올챙이, 개구리, 미꾸라지가 뒤섞여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가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끌던 식물이 바로 **가시연꽃(Euryale ferox)**이다. 이름 그대로 잎과 줄기, 심지어 꽃봉오리까지 가시가 돋아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연꽃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생명력이 숨어 있다.가시연꽃은 수면에 잎을 넓게 펼쳐 햇빛을 가리고, 아래쪽 생물들에게 그늘과 안정된 수온을 제공한다. 이렇게 단순한 식물이 연못 생태계의 ‘온도 조절자’이자 생명 그늘’ 역할을 하며, 물속 생물들의 생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많은 연못과 늪지에서 가시연..

가야구슬붕이(Carex gayana) — 잃어버린 습지의 기억을 간직한 한국 고유 식물

🟩 사라지는 습지의 숨결 속에 남은 이름, 가야구슬붕이한국의 습지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생명체의 안식처로 기능해왔다. 그 속에는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연의 순환을 지탱하는 섬세한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야구슬붕이(Carex gayana)**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에게 ‘들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매우 귀중한 국내 멸종위기 식물이다. 이 식물은 한국 고유의 습지 생태계에서만 자라는 희귀 사초과 식물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연의 건강도를 알려주는 ‘지표종’으로 평가받는다.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전국 습지의 급격한 감소와 수문 구조의 변화로 인해 이 식물의 자생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로 인해 가야구슬붕이는 환경부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식물 I..